허리 디스크 있는 골퍼의 라운딩 생존기 – 병원 치료부터 스윙 교정까지 1년의 기록
2022년 봄.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와이프와 함께 골프에 입문했다.
처음 3년 동안은 아픈데도 없고 의욕이 하늘을 찌르는 듯 했고, 골프 연습을 하는 날이 하지 않는 날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작년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라운딩 후반 14번 홀쯤에서 허리가 뻐근해지더니, 15번 홀 티샷을 하는 순간 왼쪽 허리에서 등골까지 전기가 흐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 클럽을 잡지 못했다.
병원에 가니 L4-L5 디스크 돌출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하진 않지만 몇 군데 협착 증세도 보인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골프 당분간 쉬어야 합니다”라고 했을 때, 솔직히 골프를 못 치는 것보다 “언제 다시 칠 수 있을까”가 더 무서웠다.
주사치료, 시술, 수술 3가지 치료법이 있다고 하셨고 일단 처음이니 주사치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수술이 겁이 났었다. ㅋ
주사 치료를 받고, 재활 운동을 하고, 조심스럽게 스윙을 바꾸고, 다시 필드에 나가기까지.
디스크 때문에 골프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허리 환자이자 아마추어 골퍼로서 겪은 (겪고 있는) 과정을 공유 해 본다.
허리 디스크 진단과 치료 — 청담 우리들병원에서의 경험
동네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디스크 의심 판정을 받은 뒤, 제대로 치료를 해 보기 위해 청담 우리들병원에 입원해서 가서 MRI를 찍었다. 우리들 병원에 대해서는 과잉, 또는 수술 권유가 심하다는 평이 있긴 하다. 하지만 작년에 어머니 경추 수술을 성공적으로 했던 기억이 있어서 의심하지 않고 찾아갔다.
첫 번째 치료: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
처음 받은 치료는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였다. 시술 자체는 10분 정도로 빠르게 끝났고, 주사 후 2~3일은 오히려 시술 부위가 뻐근했다. 효과가 나타난 건 약 일주일 뒤부터였다. 허리 주변 통증이 확실히 줄었고, 2주 정도 지나니 일상생활에는 큰 불편이 없어졌다.
다만 완전히 통증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오래 앉아 있거나, 무거운 짐을 들면 허리 깊숙한 곳에서 묵직한 느낌이 남아있었다.
3주차가 되니 연습장에 가서 살살 스윙도 해 보고 스크린도 치고 필드도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골프 연습 보다는 허리 근력 강화 운동이나 유산소 운동으로 체중 감량을 했어야 했는데…
재미가 없어서 지속이 잘 안되더라는… ㅠ.ㅠ

두 번째 주사, 그리고 한계
첫번째 주사 치료때 약 3개월 정도 효과가 지속될꺼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4개월 정도 지나니 통증이 다시 올라왔다.
부랴부랴 우리들 병원에 다시 찾아갔고, 의사는 시술이나 수술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허리에 칼을 대는 건 무서웠고, 결국 같은 주사를 한 번 더 놔 달라고 했다. 3개월 정도 시간을 벌어서 이번엔 꼭 근력 운동과 체중 감량을 하리라 마음 먹고서..
그런데 두번째 주사를 맞고 약 3주가 지났는데요 첫 번째만큼의 효과는 없었다.
의사도 주사 효과가 점점 줄어들 수 있다고 했었고, 주사치료 다음 단계로 풍선 신경성형술이나 PELD(경피적 내시경 디스크 제거술)를 고려해 보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아직은 주사치료와 재활 운동과 체중 감량으로 수술 없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치료비 참고 (2025년 기준, 비급여 포함)
참고로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는 1회 약 20만 원 선이었고, 풍선 신경성형술은 300만원 전후로 안내받았다.
다만 이 비용은 병원과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반드시 직접 상담받으시길 권한다.
재활 운동 — 골프 복귀를 위해 매일 한 것들
치료만으로 필드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디스크 환자가 골프를 다시 치려면 코어 근육, 특히 허리를 지지하는 근육들을 다시 세워야 한다.
병원에서 안내받은 재활 운동과 여러가지 유튜브를 보고 직접 해보면서 효과를 느낀 동작들을 정리한다.

매일 한 기본 4가지
맥켄지 신전 운동 (McKenzie Extension) 엎드린 상태에서 팔로 상체를 천천히 들어올리는 동작이다. 디스크가 뒤로 밀려난 경우(후방 돌출) 압력을 줄여주는 원리라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0회씩 3세트. 처음에는 상체를 반만 올려도 허리가 당겼는데, 한 달쯤 지나니 팔을 완전히 펴고 올릴 수 있게 됐다.
버드독 (Bird Dog) 네 발 자세에서 오른팔-왼다리, 왼팔-오른다리를 번갈아 뻗는 동작이다. 코어 안정성을 잡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다. 처음에는 팔다리를 뻗으면 몸이 좌우로 흔들렸는데, 2주쯤 지나니 안정적으로 10초씩 버틸 수 있게 됐다.
데드버그 (Dead Bug) 누운 상태에서 반대쪽 팔과 다리를 번갈아 내리는 동작이다. 복횡근을 활성화시켜 허리를 안쪽에서 잡아주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버드독보다 허리 부담이 적어서 통증이 있는 날에도 할 수 있었다.
브릿지 (Bridge) 누워서 엉덩이를 들어올리는 동작이다. 둔근과 햄스트링을 강화시켜 허리로 가는 부하를 분산시킨다. 골프 스윙에서 하체 지지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운동이 나중에 필드 복귀했을 때 가장 체감이 컸다.
플랭크
흔히 코어 운동하면 플랭크를 떠올린다.
하지만 디스크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 플랭크 자세에서 허리가 아래로 처지면 디스크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코어가 어느 정도 잡힌 후에 무릎을 대고 하는 변형 플랭크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스윙 교정
재활 운동을 하면서 어느정도 일상생활이 편해진 뒤 다시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
7번 아이언으로 하프 스윙을 시작했는데 10구 정도 치니 허리에 열감이 올라왔다. 예전 스윙 그대로는 안 되겠다는 걸 그때 확실히 깨달았다.
유튜브 폭풍 검색을 통해 허리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스윙을 수정하기로 했다.
레슨을 받는 것도 생각했으나.. 비용도 그렇고 나는 왠지 레슨 프로가 지적하는 것을 잘 따르지 않을 것 만 같아서 유튜브를 택했다. 하나씩 따라 해 보다가 나와 맞지 않는 것은 버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수십가지 영상과 프로들의 스윙을 보고 따라 해 본 것 같다.
내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하자면, 핵심적으로 바꾼 것은 4 가지다.
1. 백스윙 크기를 줄였다
예전에는 드라이버 백스윙 때 샤프트가 지면과 평행하거나 그 이상까지 갔다. 지금은 의식적으로 3/4 스윙까지만 한다. 비거리가 한클럽 정도는 줄었지만, 허리 회전 부담이 확실히 줄었고 의외로 방향성은 더 좋아졌다.
2. 어드레스에서 척추 각도를 세웠다
허리를 깊이 숙이는 어드레스가 디스크에 가장 안 좋다고 한다. 그립을 약간 짧게 잡고, 상체를 좀 더 세운 자세로 바꿨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2~3주 적응하니 오히려 임팩트가 더 좋아지고 그립을 짧게 잡으니 정타가 잘 나서 평균 비거리도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3. 피니시 끝까지 하지 않기
예전 스윙은 피니시에서 허리가 뒤로 젖혀지는 역C자 형태였다. 이 자세가 요추에 엄청난 압축력을 가한다. 지금은 피니시에서 몸이 타겟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가서 I자에 가까운 자세가 되도록 의식한다. 이것 하나만 바꿔도 라운딩 후 허리 통증이 체감 절반으로 줄었다.
4. 비거리 욕심 줄이기
비거리 욕심은 내려놓았다. 드라이버로 230미터 치던 시절은 지나갔고, 지금은 200미터만 보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친다. 대신 쇼트게임에 집중하니까 스코어는 오히려 예전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날도 있다.

허리 디스크 있는 골퍼의 라운딩 생존을 위한 조언
1년간 디스크와 골프를 병행하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정리한다.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고 골프를 완전히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예전처럼” 치겠다는 생각은 빨리 버리는 게 좋다. 스윙을 바꾸고, 운동을 하고, 몸의 신호를 듣는 법을 배우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통증이 있는 날은 절대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만 참고 치자”는 생각이 증상을 악화시킨다.
라운딩 직전 무리해서 연습 했다가 라운딩을 펑크 낸 적도 있다. 그 이후로는 컨디션이 안 좋으면 일주일이건 열흘이건 허리가 편해 질 때 까지 채를 잡지 않는다.
재활 운동은 귀찮아도 매일 해야 한다. 골프 치는 날만 스트레칭하는 건 의미가 없다. 매일 10~15분씩 코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한 달에 한 번 물리치료 받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에 운동과 골프 복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글은 내 개인적인 경험을 기록한 것이지, 의학적 조언이 아니다. 디스크 유형과 위치, 증상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와 운동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